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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웹진

Vol.14 사서가 들려주는 도서관 이야기

2020-10-15 조회 104
작성자
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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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M(미국국립의학도서관)을 가다
박소영 의학도서관 UM

전 세계에는 수많은 도서관이 있습니다. 그 중에는 빼어난 건축미를 자랑하는 도서관, 깊고 깊은 역사 자체만으로도 오라(aura)를 발하는 도서관, 한 사람의 숭고한 뜻을 그 이름으로 전하는 도서관, 희귀 장서를 보물처럼 고이 품은 도서관, 또 지역마다 크고 작은 도서관들이 있습니다. “오늘날 나를 있게 한 것은 동네의 공공도서관이었다.” 라는 빌 게이츠의 말처럼 우리 가까이에 도서관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위대한 시인이자 소설가이고 동시에 사서로서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장을 역임하기도 했던 보르헤스(Jorge Francisco Isidoro Luis Borges, 1899~1986)는 이 땅에서 천국과 가장 비슷한 곳은 바로 도서관이라고 했습니다. "I have always imagined Paradise as a kind of library." 마음 속에 소중히 담은 도서관, 그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저는 NLM, 미국국립의학도서관에서 시작하려고 합니다. 의학계 데이터베이스의 견고한 아성인 PubMed를 만들고 운영하는 NLM은 의학사서라면 누구나 가보고 싶어하는 도서관 중의 하나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행지에 대한 정보는 리얼한 동영상까지 널리고 널렸지만 그 곳에서 보낸 시간과 그 시간에 함께 했던 사람들이 여행의 맛을 완성하 듯, 직접 다녀 온 도서관은 각별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제1회(2011) 민병철 해외연수 기간 중에 NLM에서 이틀간의 연수 기회를 가졌습니다.
 
먼저 NLM에 대하여 간단히 알아보겠습니다.

NLM은 세계 최대의 의학도서관으로서 미국 메릴랜드 주 베데스다 소재, 보건복지부(NIH) 내에 있습니다. 1836년 미군 소속 한 외과의의 개인 소장 의학 도서와 저널로 시작하였고 그 장서들을 목록화하면서 도서관 업무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962년에 현재의 건물로 옮겨왔는데 이 건물의 특징을 NLM 투어 시 들은 기억이 또렷합니다. 전쟁 등 위기 상황에서 건물이 무너져도 지붕이 그대로 내려 앉아서 지하 서고의 장서들을 그대로 보존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고 합니다.

NLM에서는 모든 생의학 주제의 자료를 수집, 조직하고 열람 서비스 등 도서관의 기본 서비스를 제공할 뿐 만 아니라 PubMed를 포함한 다양한 주제의 생의학 DB를 구축, 관리하고 프린트 장서 보존 정책을 수행하는 등 국가 차원의 당면 과제들을 주도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또한 전 세계의 헬스사이언스 전문가들 뿐만 아니라 건강정보 소비자들에게도 신뢰할 수 있는 생의학 정보를 제공하기 위하여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PubMed는 NLM내의 여러 부서에서 관여하여 운영하고 있는데, Library Operations 내의 Bibliographic Services Division에서 Medline Citation의 색인과 MeSH 키워드 관리를 맡고 있고 실제로 온라인상에서 PubMed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서는 생명공학정보의 제공과 공유를 목적으로 하는 부서인 National Center for Biotechnology Information(NCBI)입니다.

NLM은 전 세계 20 여 개 국과 협력을 맺고 원문 제공 등의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서울대학교 의학도서관이 지역 MEDLARS 센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 MEDLARS 센터 외에도 해외에서 자료를 입수할 수 있는 경로가 많아 졌지만 과거에는 이 곳이 유일했습니다. 또한 NLM은 생의학 논문의 색인 방법으로서 가장 강력한 툴 중의 하나인 MeSH 색인을 위한 교육과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도 국립의과학지식센터를 통하여 MeSH 색인에 대한 화상 교육을 지원한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부럽기만 한 국립의학도서관이 우리나라에도 있을까요? 제가 알고 있는 한, 국립의학도서관은 미국국립의학도서관(US NLM)이 유일합니다.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도 미국 NLM과 같은 국립의학도서관을 만들기 위하여 오랜 기간의 준비와 시도가 있었습니다. 일본의 경우에는 일본의학도서관협회를 중심으로 40 여 년 전부터 가칭 국립헬스사이언스정보센터를 만들기 위해 준비해 오고 있는데 설립 여부는 아직 불확실합니다. 우리나라는 2014년에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 산하에 국립의과학지식센터가 개관하였는데,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의학도서관으로 시작은 하였으나 안타깝게도 국립의과학지식센터로 축소되어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의학 사서들 뿐만 아니라 헬스사이언스에 종사하는 많은 전문가들이 일본에는 국립헬스사이언스정보센터가 세워지고, 우리나라에는 국립의과학지식센터가 명실공히 국립의학도서관으로 재정립되기를 바라고 있으나 조만간 이루어 질 지는 미지수입니다.


여행지에서 친밀감을 가장 많이 느끼게 되는 장소는 아무래도 밤에 묵는 숙소다, 그리고 더 정이 들려면 숙소 주변을 무작정 걸어보면 좋다. 숙소 주변을 내 발로 걸어 다니며 동네를 염탐하는 행위는 임시로나마 그 숙소를 '나의 집'으로 삼으려는 행위다. ~ 이곳에 머무르고 있지만 언젠가는 떠날 사람의, 일종의 가상 현실에 대한 관대하고 여유로운 마음가짐일 것이다.”
(교토에 다녀왔습니다, 임경선, 예담 2017)


NLM 방문을 위하여 베데스다에 도착했던 날이 딱 10월 이맘 때였습니다. 도착한 날 늦은 오후에 도시를 순환하는 무료 버스를 타고 시내 투어를 했습니다. 베데스다는 작지만 기품 있는 도시였습니다. 도서관 같은 서점인 Bans & Noble에서의 익숙하면서도 이국적인 분위기, 설레면서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카페 창문으로 바라 보았던 비 내리는 거리, 해가 지는 바람에 작은 호텔 후문을 못 보고 지나쳐 계속 직진하는 바람에 울창한 나무들로 둘러싸인 외진 도로에서 길 잃은 국제 미아가 될 뻔 했던 위험했던 순간들까지, NLM과 베데스다에서의 기억은 제 인생을 이어가는 매듭 중의 하나입니다.

 

 
“연수 기회를 주신 민병철 전 원장님, NLM 방문 일정을 마련해 주신 MeSH Section의 Nelson 박사님, 그리고 한국의 한 개인 사서에게도 열과 성을 다하여 많은 것을 알려주고 보여주신 Joyce Backus 부디렉터, MeSH Section의 Dan Cho 선생님과 여러 부서의 선생님들을 기억하며 이 지면에 감사의 마음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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